오리무중(五里霧中)과 오리무중(烏里霧中)의 차이는 무엇일까. 사전적 의미의 사자성어 오리무중(五里霧中)은 “오리나 되는 짙은 안개 속에 있다는 뜻으로, 무슨 일에 대하여 방향이나 갈피를 잡을 수 없음을 이르는 말”로 후한대(後漢代)에 만들어 졌다고 되어 있다.
다섯 오(五)와 달리 까마귀 오(烏)가 들어가 있는 오리무중(烏里霧中)과 오합지졸(烏合之卒)은 똑같이 왜 ‘烏’가 들어가 있을까.
삼족오(三足烏)를 빗댄 이 서글픈 사자성어의 역사적 사실을 풀어 보자. 고구려를 이어 698년부터 926년까지 228년 동안 동북아를 호령했던 발해국(渤海國)은 거란 침략 당시 국가 수립 때의 위용 당당했던 모습은 찾을 길 없이 산발적인 저항만이 남았고, 산산이 흩어진 모습에 거란군은 조심스럽게 오리무중(烏里霧中)이라 했다.
고구려 이전부터 검은 색 옷을 즐겨 입었던 삼족오의 상징인 조의선인(白+十衣仙人)을 빗댄 말이다. 여기서는 까마귀를 지칭했던 삼족오 발해군(渤海軍)들이 안개 속에 뭍혀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말에서 비롯되었으며, 조심스럽다는 말은 고구려 1천 여 년의 역사와 문화를 가진 이들의 저력이 만만치 않았다는 의미이다. 또 저항군들은 산개되어 오합지졸(烏合之卒)이 되었으니, 사자성어의 까마귀가 모인 것처럼 질서가 없이 모인 병졸이라는 뜻으로, 임시로 모여들어서 규율이 없고 무질서한 병졸 또는 군중을 이르는 말로 폄하하여 쓰여 지고 있다. 발해국 저항군들은 또 검은 색 옷에 흑건(黑巾 흑두건)을 쓰고, 거란군(契丹軍)에 게릴라 전법으로 침투, 살상을 함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가장 위협적이고 두려운 존재였다.
오늘날 전설의 고향이나 역사적 소재, 드라마 상에서 죽음에 임박하면 검은 도포에 검은 갓을 쓴 저승사자를 의도적으로 그려 몸서리치게 만드는 유래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으니, 이 또한 역사의식 결여에서 비롯된 부화뇌동이 아닌가. |